KBS 수신료 인상문제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선진 외국의 사례가 자주 소개됐다. 외국의 방송구조와 그에 따른 법과 제도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이런 사례들이 얼마나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KBS 측에서 생산하는 정보와 언론에 보도되는 많은 경우에 있어 이런 사례들은 단지 수신료 인상 합리화를 위해 이용돼 왔다. 또 언론학자들의 논지도 광고와 수신료에 핵심이 맞춰져 있어 마치 수신료 인상이 곧 공영방송의 위상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양 보도되었다. 더구나 정권의 개입과 종편채널의 직접적 당사자들인 재벌신문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민들의 입장에선 올바른 상황판단을 하기엔 너무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까지 언급되어온 외국사례들을 종합 분석해보면 슬프게도 가장 중요한 핵심 질문들이 빠져있다. 즉 공영방송이 도대체 무엇인가? 또 국(관)영과 민영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수신료 제도는 왜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것들이 제외된 빗나간 토론이 중심을 이루었다. 무엇이 한국 공영방송 문제와 관련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지는 건드리지도 않고 말이다. 무엇이 잘못 전달되고 또 이것이 어떻게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왜곡 전달되었는지 여기서 한번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하겠다.
우선 KBS를 비롯 일부 언론학자들이 지지하는 한국의 수신료 인상건과 관련 외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를 비교한 부분부터 소개한다. 즉 KBS가 비교한 영국, 독일, 일본과 프랑스의 수신료 제도와 한국의 비교를 보자. 아래 자료에서 보듯 KBS의 주장대로 한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수신료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1) 연간 수신료 금액 비교 (지상파 칼라TV 기준)
연도 |
한국 |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일본 |
1981 |
30,000원 |
84,060원
(46파운드) |
96,150원
(156마르크) |
65,790원
(358프랑) |
82,290원
(10,560엔) |
2007 |
30,000원 |
254,100원
(135.5파운드) |
258,900원
(204.36유로) |
168,500원
(133유로) |
129,700원
(16,740엔) |
출처: KBS (http://www.kbs.co.kr/susin/pubf/pubf_03.html)
여기에 KBS는 또한 다음과 같은 부연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공영방송 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서 이들 주요 공영방송도 모두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컬러TV 뿐만 아니라 흑백TV, 라디오, TV수신카드를 장착한 컴퓨터 등에도 수신료를 받는 경우가 있으며, 지상파 컬러TV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 수신료 금액이 우리나라의 4~8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출처: KBS, http://www.kbs.co.kr/susin/pubf/pubf_03.html)
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비교는 진실을 왜곡하는 자료의 역할만 할 뿐이며, 일반 국민들을 속이는 치사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위 내용은 결국 KBS의 수신료가 30년간 동결되었으며, 한국의 수신료가 선진국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신료 인상의 정당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또 일부 언론학자들도 이를 예로 들어 수신료의 현실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 수신료 격차는 더욱 커져 한국에 비해 현재 영국은 9.9배, 독일은 12.1배, 일본은 7.3배나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참고: 2010년 11월 19일자 연합뉴스: KBS의 “수신료인상안 합의 통과 환영”). 또 한국의 수신료는 아프리카 국가인 나미비아 보다 낮은 실정이라고 오성삼 건국대 교수는 “KBS 수신료인상, 공영성 강화 전제로(한국일보 11월 27일자)”라는 칼럼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BBC와 같은 광고 없는 공영방송으로 가기 위한 희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공영방송과 외국의 공영방송의 재원구조 사례를 들어 수신료 인상이 한국공영방송의 광고의존도를 줄이고 공익성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아래와 같은 자료들을 제시하며 KBS를 비롯한 수신료 인상 찬성론자들이 논리를 폈었다. 이것이 또 조중동과 같은 언론사들이 종편채널을 놓고 KBS가 넘겨줄 광고에 희망을 걸었던 사안이기도 했다.
2) 외국 공영방송과의 재원구조 비교 (2002년)
연도 |
한국 |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일본 |
수신료 |
38% |
78% |
82% |
65% |
96% |
광고
기타 |
48%
14% |
-
22% |
2%
16% |
28%
7% |
-
4% |
출처: KBS (http://www.kbs.co.kr/susin/pubf/pubf_03.html)
하지만 지난 11월 19일 KBS이사회가 통과시킨 수신료 인상안은 그나마 광고축소란 내용조차 들어 있지 않았고, 수신료 1000원만을 올린 (2500원에서 3500원으로) 것으로 발표됐다. 한마디로 조중동은 “닭 쫓던 개꼴”이 되었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뭐 국(관)영방송을 돈까지 더 주고 보라구?”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독일의 사례를 들어 KBS 김인규 사장은 독일과 같은 독립된 방송사 재정수요 조사위원회(KEF: Kommission zur Ermittlung des Finanzbedarfs )의 구성까지 주장했다. 이런 독립적 위원회의 필요성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김 사장은 독일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왜 채택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독일사례의 구체적 사안까지 알고 있는 듯한 “그 자신”이 무엇의 산물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독일의 공영방송체제를 제대로 안다면 김 사장은 즉시 직책을 내놓고 한국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방송사의 적합한 지배체제와 법적 제도장치 마련에 더욱 힘을 모아 외쳐야 할 것이다. 김 사장을 비롯 KBS이사회 같은 변태 조직구조는 독일 공영방송체제에선 태생 자체가 불가능하다.
앞에서 외국의 사례를 비교했듯이 가장 기초적인 상식부터 한번 묻고 넘어가야겠다. KBS의 주장대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50여 개 국에서 공영방송 제도를 왜 채택하고 있을까?
그 일차적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서다. 이는 한 민주사회의 공정한 정치적 여론형성을 위한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 독립성은 국가와 상업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이것이 공영방송이 국영방송 및 민영방송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공공미디어에 대한 수신료는 1923년 11월에 영국에서 시작했고, 독일에서는 1924년부터 실시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방송(라디오)은 태생 초기부터 한 국가의 선전도구로 악용되어왔다. 독일 나치 시대의 방송이 전형적인 한 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영방송의 모범사례처럼 알려진 BBC 역시 “공영방송 (Public Service Broadcasting)”이라는 이름 하에 식민지국가들에 영국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선전도구 역할을 했다. 말은 공영방송이지만 오늘날의 “공영”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것이 자국 안에서의 방송의 역할과는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